영철버거의 그늘 일상

학창시절, 그러니까 앙골모아 대왕이 오네 안오네 하던 시절.

고대 정대후문엔 허름한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노점 수준은 아니었지만 셔터만 올리면 온통 개방형의 추레한 가게엔 큼직한 철판이 있고

아저씨가 돼지 뒷다리살을 계속 지지고 볶고 있었습니다.

이걸 양배추랑 함께 빵 사이에 잔뜩 끼워서 대강 소스 끼얹으면 그게 바로 영철버거였죠.

개당 천원

음료수는 무한

무슨 꿈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박리다매 원리로 어떻게든 가게는 굴러갔습니다.

아저씨는 학교에 좋은 일을 많이 했지요.

장학금이라던가, 한일 월드컵 중 응원하는 학생들 틈에 햄버거를 몇백개 턱 놓고 가거나.


그렇게 그렇게, 제가 학교에 갈 일이 없게 될 무렵부터 영철버거는 위치를 길 건너로 옮기고,

전과는 다른 프리미엄 버거들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위에서 보시다시피...이제 더 이상 영철버거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길, 치카가 아니었음 우울할 뻔했군. 어서 치카를 보자!
죽여...줘...(...)

...

어쨌건, 아저씨가 무골호인이라 남을 너무 역량 이상으로 도와준 거건

옆에서 경영 컨설턴트 해준다는 인간들이 오판을 했건

저가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시장상황이 바뀐지라 파멸이 불가피했든

영철버거를 한 300개는 먹은 입장에선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결말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머리로는 이유가 몇 가지 떠오르지만, 가슴이 납득하지 못하네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철버거의 숨통은 트이게 되었습니다.

마는...근본적인 원인에서 수정이 없는 한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나겠죠.

사람을 도우시는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덧글

  • 남두비겁성 2015/09/27 15:37 # 답글

    크라우드 펀딩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라는 반가운 뒷애기도 살짝

    http://news.donga.com/3/all/20150916/73673804/1/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옛날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면...
  • 피그말리온 2015/09/27 17:02 # 삭제 답글

    원자재 가격 때문에 2500원으로도 불안하다고 하는 말을 듣긴 했어요. 3000원으로 책정하고 양은 좀더 많게 한다고 본 것도 같은데... 여러모로 불안불안하긴 하죠.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휙휙 바뀌어대는 상권에서 부디 오래 볼 수 있으면 합니다ㅠㅜ
  • 남두비겁성 2015/09/27 17:02 #

    3천원 정도라도 땡큐이긴 하지만, 시장 상황이 워낙 변했으니까요...
  • Cra2G 2015/09/27 17:18 # 답글

    처음 보는 집입니코...
    랄까 옛 가게들이 없어지는 건 참 슬퍼요.
  • 남두비겁성 2015/09/27 17:49 #

    이건 고려대 부근의 로컬 푸드 같은 거니까요-
  • ㅇㅈㄹ 2015/09/27 19:02 # 삭제 답글

    연고...아니 고연전 기삿거리들이 뜨면서 알게됬습니다.
    여러가지 안타까울 뿐이죠...
  • 남두비겁성 2015/09/27 21:52 #

    뭐 이런 일이 한두군데서 일어나겠어요. 흔해빠진 일 중 하나겠죠...
  • 코토네 2015/09/27 20:34 # 답글

    옛날에 서울에서 고시 공부 중이었던 형님하고 함께 저 영철버거에서 맛있게 사먹었던 적이 몇 번 있었죠. 최근 크라우드펀딩으로 다시 부활한다고 하던데... 가격이 좀 오르더라도 그 때의 맛을 재현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ㅠㅠ
  • 남두비겁성 2015/09/27 21:52 #

    다행이긴 하지만, 과거의 실패는 답습해선 안되겠지요.
  • diamonds8 2015/09/27 22:28 # 삭제 답글

    저런 곳도 있었군요.
    어떻게보면 맘스터치같은 곳 때문일지도요.
  • 남두비겁성 2015/09/27 22:30 #

    뭐 난립한 패스트푸드점에 밀린 것도 사실이고...망한데는 이유가 많아요.
    그걸 해결하지 않는 한 같은 일은 얼마든지 벌어집니다.
  • 비타 2015/09/27 22:53 # 답글

    영철 버거..여러가지 원인으로 문을 닫았지만 저분 다시 여는게 꿈이라고 하시던게 기억납니다.
    관심이 많아 조사해봤던 일인데 다시 저곳에서 영철버거를 먹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 남두비겁성 2015/09/28 00:46 #

    좋은 분이거든요.
    하지만 사업하기엔 좀 무골호인이시라...
  • ㅇㅊㄹㄱㅎ 2015/09/28 00:25 # 삭제 답글

    3천원에 적당한 한끼라니... 외식값이 싸서 부럽다냐 ㅜㅜ
  • 남두비겁성 2015/09/28 00:46 #

    학교 주변인데 그런거라도 안 싸면 큰일이죠.
  • 뀨뀨꾸궁 2015/09/28 00:54 # 삭제 답글

    땅값이 문제겠죠?
  • 남두비겁성 2015/09/28 00:56 #

    이유는 복합적이었대요. 사장님의 사업적 오판도 있었고...
  • 2015/09/30 22: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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