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이여 안녕 일상

며칠 보이지도 않더니 가는 날이니까 불쑥 나옵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계속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한전박스 뒤에서 불쑥
발에 채여...붙지마...(...)

마지막 순찰 타임을 졸졸졸졸
하다가 발라당

일 방해하지 말아줘...


대왕이는 사람에겐 살갑지만 일정 이상의 친절은 거절하는 타입의 길고양이로,

동네 고양이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성질이 더러워서요.

지역의 패자로서 많은 캣맘들에게도 적절한 애교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침 제 활동구역과 겹치는 것도 있어서 서로간에 교류(?)가 잦았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동네의 수많은 고양이들은 죽거나, 나가거나, 혹은 맘씨 좋은 캣맘 분들이 데려가시거나,

다양한 사유로 이 폐허를 떠나가고...

오직 하나. 누가 데려가는 것도 거절한 얘만이 남았습니다.
여기까지 쓰면 긍지높은 애 같지만 주는 밥은 잘쳐먹 (...)

무엇을 선택해도 네 묘생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폐허에서 대왕이는 끝까지 남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인 건 용케 알고 나왔네요. 요며칠 갑자기 안보이길래 떠난줄 알고 반쯤 안심했는데.


나도 힘낼테니까

서로간에 죽지 말자


제길, 조금 울었다 (...)

덧글

  • 고양이씨 2016/03/25 13:29 # 답글

    아아 뒷모습이 안쓰럽네엽...ㅠㅠ
  • 남두비겁성 2016/03/26 10:19 #

    엉뎅이 아래 짜주고 싶다...
  • haptic 2016/03/25 13:40 # 삭제 답글

    왈칵..
  • 남두비겁성 2016/03/26 10:19 #

    내일부터 초소 근처에서 찾아다니지 않을까 해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다냐
  • 애쉬 2016/03/25 14:32 # 답글

    대왕이도 남두님 걱정 그만하고... ㅜㅜ
  • 남두비겁성 2016/03/26 10:19 #

    저 털빠진 커다란 놈이 어디 가서 밥이나 먹겠냐옹
  • sia06 2016/03/25 14:33 # 답글

    살아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 ㅠㅠㅠ
  • 남두비겁성 2016/03/26 10:20 #

    번식도 열심히 하고!
  • 비타 2016/03/25 16:05 # 답글

    마음씨 좋은 캣맘을 따라가서 따뜻한 집에서 지내길 바랬는데...
  • 남두비겁성 2016/03/26 10:20 #

    자기가 싫대니까 도리가 없네요.
  • Megane 2016/03/25 17:26 # 답글

    패왕님은 패도의 길을... 어딜가든 무조건 잘 살아줘~
  • 남두비겁성 2016/03/26 10:20 #

    30~40년 살아서 요괴가 되어줘!
  • minci 2016/03/25 20:55 # 답글

    어떻게든 잘 살거에요.. 어떻게든.
  • 남두비겁성 2016/03/26 10:20 #

    그게 길에서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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