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계속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한전박스 뒤에서 불쑥

마지막 순찰 타임을 졸졸졸졸

일 방해하지 말아줘...
대왕이는 사람에겐 살갑지만 일정 이상의 친절은 거절하는 타입의 길고양이로,
동네 고양이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성질이 더러워서요.
지역의 패자로서 많은 캣맘들에게도 적절한 애교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침 제 활동구역과 겹치는 것도 있어서 서로간에 교류(?)가 잦았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동네의 수많은 고양이들은 죽거나, 나가거나, 혹은 맘씨 좋은 캣맘 분들이 데려가시거나,
다양한 사유로 이 폐허를 떠나가고...
오직 하나. 누가 데려가는 것도 거절한 얘만이 남았습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네 묘생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폐허에서 대왕이는 끝까지 남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인 건 용케 알고 나왔네요. 요며칠 갑자기 안보이길래 떠난줄 알고 반쯤 안심했는데.
나도 힘낼테니까
서로간에 죽지 말자
제길, 조금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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